[2025年 5月] 누구에게나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마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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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마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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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그게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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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보던 이팝나무는 항상 밝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있어서 깊은 곳 안쪽의 것을 건드리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산책하고 돌아가는 길에 밤에 본 이팝나무가 참 예뻤고 그래서 사진을 찍었고.

그리고 집으로 와 다시 꺼내보니 그게 그렇게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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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날 자정에 알림이 떠서 그런 것 같다. 몸과 마음이 바쁘면 알림도 다른 알림들과 함께 화면에서 옆으로든 위로든 가볍게 사라지게 하곤 하는데

잠깐 쉬어가는 지금에는 작은 거 하나하나 잘 밟히고 잘 느껴지는 사람이 되어선,

그래서 그 알림이 나를 슬프게 했던 것 같다.


슬픔이 이전만큼 나를 무너지게 하지는 않지만, 불현듯 거꾸로 올라온 이 먹먹함이 당황스럽다.


사실은 거짓말.

한번 후벼파지다 못해 뚫린 구멍에 살이 돋아 새살이 채웠다더라도 그 흉이 사라질리 없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통증이 없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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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갑자기 와다다 써 내려가는 글들.

아껴두던 사진들을 몇 장 꺼내어 보는.

무엇 때문에 그리 아끼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쓰이는 마음도 시간도 사진도 기억도 전부 아꼈다. 때로는 가볍게 이야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겁다.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거움이 있는데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서둘러 빠져나오려 애쓴다. 애씀이 괜찮게 했다. 아낌은 애씀이었고 애씀으로 괜찮음이었다. 그 또한 나약한 내 마음상태로서 할 수 있는 사랑이었다.

아끼던 것들을 조금 꺼내어 보는 건 어떤 걸 달래기 위함인데 정확히 무얼 달래고 싶었을까.







나는 너를 보내고서 심장이 가끔 주체를 못 하는 게 생겼다. 두근두근. 그러다 곧장 멈춰버려서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있었다. 혼자 아무도 모르게 죽을 것 같은 공포.

실제로 나는 한 1-2주를 마음 졸이다가 병원에 갔다. 심장 초음파니 뭐니의 검사를 했고 다행히 내 심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정신적인 부분일 것 같다는 의사선생님 말씀과 무슨 약을 받았는데 먹지도 않았고 의사선생님의 말씀도 저 멀리 있는 안갯속으로 흩어져 갔다.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이 혼자 아무도 모르게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지워줬다. '사실'이 나에겐 처방이었다.


심장은 제멋대로였다. 사람이 바글바글 많을 때에도 그랬고, 혼자 집에서 물 뜨다가도 불현듯 찾아오기도 했다. 완전히 불협화음 같은 것이었다.

침을 삼키거나 호흡을 길게 마시고 길게 뱉으며 괜찮다 라는 글자를 마음속에서 정성스럽게 쓰면은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마치 본능처럼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을 무의식중에서도 찾더니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너에 대한 것들도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제멋대로인 내 심장이 익숙해지듯.






여전히 너에 대한 사랑이 충만함을 느낀다. 여전히 끌어안고 맡던 냄새와 털의 촉감, 눈동자, 어떻게 꼬리를 움직였는지 어떻게 울었는지 어떻게 애정을 표현했는지. 어떻게 자고 어떤 걸 싫어했는지. 어떤 걸 좋아했는지 나는 기억한다.

기억이 빛바래지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여전히 기억한다.


여전히 너에 대한 사랑이 충만함을 느낀다. 살면서 마음 가득히 느낄 수 있는 사랑을 경험하고 그런 사랑이 곁에 있다는 건

조금 슬픈

행복 같은 것.

0ba85c8c4c404.jpeg너와 네가 좋아하던 내 담요는 아직도 내 베개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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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팔에 너를 새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아마도) 오른쪽 팔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이팝나무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루어지기 힘든 소망을 품은 듯한 꽃말이 사랑스럽고도 슬펐다.

처음에 심고서 그 이후부터 내 눈에는 만개한 이팝나무가 가득 보였다. 봄에 내린 눈에 덮인 나무같이 오묘한, 포근한 나무들이 보였다. 언젠가부터 봄이 되면 이팝나무를 기다리게 되었다.

심은 후에 이팝나무가 만개하는 것을 몇 번이나 봤을까. 2번? 3번?

이루어지기 힘든 소망을 품은 듯한 꽃말이 사랑스럽고 슬프단 생각에 동시에 어린 소망처럼 심었던 것이 많이 자랐다.

내가 살아있는 나의 시간 동안 내가 하는 사랑과 받는 사랑과 기억하는 사랑이 영원한 사랑임을 느꼈다. 이팝나무가 단단해졌다. 만개했다. 포근했다.

아끼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영원히 사랑하고 있다. 영과 일 사이에서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을 하고 있다. 충만하다.




누구에게나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마음들이 있다.

나에게는 꺼내지 못하는 마음들 중 이러한 마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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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괜찮습니다. 모든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그러니까 나의 사람들도 행복하길. 각자의 시간 속에 각자의 영원한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 존재하길. 그 성장이 당신에게 문득 찾아올 힘듦에 안식처가 되길.




(ps. 저는 원래 저의 이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연수'.

하지만 언젠가부터 저는 제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잇닿을 연'을 쓰거든요.)

이상, 의식 흐름처럼 쏟아부은 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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